[핵심 요약] 2026년 2월 28일, 미국이 이란을 폭격했습니다. 명분은 핵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쟁 직후 미국 재무부가 제재한 건 이란 기업이 아니라 중국 정유소였습니다. 이 전쟁의 진짜 표적은 처음부터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이 이란을 통해 20년간 조용히 진행해온 달러 패권 무력화 실험을 끝내려는 설계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러시아가 하루 2,200억 원을 벌었고, 위안화 거래액은 사상 최대를 찍었으며, 청구서는 한국으로 날아왔습니다.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전쟁을 이해하려면 먼저 돈을 봐야 합니다.
1974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밀약을 맺었습니다. 내용은 단순했습니다. 사우디가 석유 수출 대금을 오직 달러로만 받는 대신, 미국이 사우디의 방위를 책임지는 것이었습니다. Daum
이것이 ‘페트로달러 체제’의 시작입니다.

이 밀약 하나가 50년간 세계 경제 질서를 지배했습니다. 전 세계가 석유를 사려면 반드시 달러를 보유해야 했습니다. 달러 수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빚을 내도 달러가 팔렸습니다. 재정 적자를 내도 기축통화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달러 패권은 총이 아니라 석유로 유지됩니다.
그런데 20년 전부터 이 체제를 흔들려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중국입니다. 그 실험의 무대가 바로 이란이었습니다.
미국은 그 실험을 전쟁으로 끝내려 했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중국은 이란으로 어떻게 달러 패권을 흔들려 했는가
세 겹으로 쌓인 돈의 구조가 있습니다.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겹 — 위안화로 원유를 사는 실험

지금까지 석유는 전 세계 어디서나 달러로 거래됐습니다. 사우디도, 이란도, 러시아도 달러로 받았습니다. 그래야 글로벌 시장에서 팔렸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 구조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석유를 위안화로 사고파는 세상. 그렇게 되면 전 세계가 달러 대신 위안화를 비축해야 합니다. 달러 패권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 선뜻 응해줄 나라가 없었습니다. 미국의 제재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달러 결제망인 SWIFT에서 쫓겨나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에서 차단됩니다.
이란은 달랐습니다. 이미 미국 제재를 받고 있었습니다. 잃을 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달러를 우회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이란은 조용히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달러 없이, SWIFT 없이. 중국 기업들이 이란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대가로 이란 원유를 받는 ‘건설-원유 교환’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직접적인 금융 거래를 최소화해 미국 제재를 우회하는 구조입니다. Benews
규모가 얼마나 됐을까요. 2024년 중국과 중동 간 위안화 결제 및 수취 규모는 1조 1,000억 위안에 달했습니다. 2020년 이후 연평균 53% 증가한 수치입니다. Mt 그리고 전쟁이 터지면서 이 실험은 훨씬 더 노골적인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게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통행료를 내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Withnews 초대형 유조선 한 척당 약 200만 달러 규모의 통행료입니다. 이란산 원유를 실은 중국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하면서 위안화가 결제 수단으로 사용됐고, 1970년대 이후 세계 질서의 한 축이었던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흔들렸습니다. Seoul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가는 해협에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통행료를 내는 선례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시장도 반응했습니다. 위안화 기반 국제결제 시스템 CIPS의 일일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인 1조 2,200억 위안을 돌파했습니다. Khan 작년 10월 808억 달러였던 일평균 거래액이 4월 최고치 1,791억 달러까지 치솟으며 불과 반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Mt
도이체방크 전략가 말리카 사크데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란 전쟁이 페트로달러 지배력 약화의 촉매제가 되고, 페트로위안 시대의 서막으로 기억될 수 있다.” Etoday
이것이 미국이 이란을 용납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입니다. 이란은 중국의 원유 공급처가 아니었습니다. 달러 패권을 무너뜨리는 실험실이었습니다.
두 번째 겹 — 604조 원짜리 전략 협정
위안화 실험을 뒷받침하는 경제 구조도 있었습니다.
2021년, 중국과 이란은 협정 하나를 체결했습니다. 향후 25년 동안 4,000억 달러(약 604조 원)를 이란 인프라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이란산 원유를 저렴하게 공급받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었습니다. Munhwa
604조 원. 한국 1년 국가 예산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이란은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일대일로 네트워크의 핵심 축이기도 했습니다. Epochtimes 이란이 무너지면 604조 원짜리 투자가 날아갑니다. 중동 일대일로 거점이 사라집니다. 25년치 에너지 계약이 소멸됩니다.
세 번째 겹 — 연간 4조~6조 원짜리 원가 절감
케이플러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은 하루 평균 약 138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습니다. 이란 해상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News1
그냥 사온 게 아닙니다. 이란산 원유는 국제 시장가보다 평균 10~15% 저렴하게 거래됐습니다. Kjob
계산해봅니다. 하루 138만 배럴. 배럴당 80달러 기준으로 10~15% 할인이면, 중국이 매일 약 1,100만~1,700만 달러를 아낍니다. 한화로 매일 145억~224억 원. 연간으로 환산하면 4조~6조 원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중국 제품이 이렇게 싸냐”는 질문의 답 중 하나였습니다.
미국의 설계 — 정교했다
공식 명분은 핵 개발 저지였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전쟁 직후 미국 재무부가 가장 먼저 제재 명단에 올린 곳을 보십시오. 중국 다롄에 있는 정유 대기업 헝리그룹이었습니다. 하루 약 40만 배럴을 처리하는 중국 내 최대 규모 민간 정유소 중 하나입니다. Aju News
이어서 이란산 원유 유통에 관여한 중국 정유사와 해운사 약 40곳에 무더기로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First News
총구는 테헤란을 향했습니다. 그러나 제재의 칼날은 처음부터 베이징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전병서 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란 공격의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에너지 생명선을 잘라버리는 것이고, 이번 공격은 핵 제거와 중국 영향력 제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Daum
이란이라는 수도관을 끊어서, 중국이라는 공장을 멈추겠다는 설계. 논리적이었습니다. 정교했습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공장 옆에 이미 다른 우물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역전 — 러시아가 조용히 웃었다
수도관이 끊기자 공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물을 더 깊이 팠습니다. 그 우물 주인이 러시아였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석유 수출 초과 세입이 하루 약 1,500만 달러, 한화로 약 2,200억 원에 달했습니다. Sisa Journal
전쟁 발발 첫 12일. 러시아가 거둬들인 추가 세수만 13억~19억 달러, 한화로 1조 9,000억~2조 8,000억 원이었습니다. Sisa Journal
가격도 달라졌습니다. 2월 배럴당 45달러였던 우랄유가 3월 중순 9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단 한 달 만에 두 배였습니다. Youthassembly
더 놀라운 건 이겁니다. 인도 시장에서 러시아 원유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5달러 더 비싸게 팔리는 사례까지 나타났습니다. Sedaily 한때 헐값에 팔리던 원유가 프리미엄 상품이 됐습니다.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우크라이나 전선입니다.
브루킹스 연구소 로빈 브룩스 수석 연구원은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러시아가 서방이 동결한 3,00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자산 대부분을 수익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Youthassembly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말려버리려던 수년간의 대러 제재 체계. 그것이 미국이 시작한 이란 전쟁 하나로 무력화됐습니다.
두 번째 역전 — 위안화가 오히려 전진했다
페트로위안을 차단하려던 전쟁이, 오히려 페트로위안의 무대를 만들어줬습니다.
이것이 가장 아이러니한 역전입니다.
달러로 석유를 사던 세상에서, 위안화를 내야 통과할 수 있는 해협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위안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위안화 국제화와 태환성 연구센터 왕융 소장은 “달러 자산의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약화되면서 일부 해외 자금이 위안화 결제로 이동하고 있고, 주요 산유국들의 중국과의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량이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Khan
물론 달러를 당장 뒤집을 수준은 아닙니다. CIPS 일일 최고치 1,791억 달러는 미국 CHIPS 일평균 거래액 약 2조 달러의 겨우 8.9%에 불과합니다. Mt 달러 패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이 막으려 했던 실험이 전쟁을 계기로 오히려 가속됐습니다. 50년짜리 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미국이 직접 방아쇠를 당긴 전쟁에서.
세 번째 역전 — 미국이 스스로 자신의 무기를 내려놨다
가장 치명적인 역전입니다. 그리고 가장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역전입니다.

유가가 급등하자 트럼프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국내 물가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대러 제재를 유지할 것인가.
그는 물가를 택했습니다.
트럼프는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자제하라던 압박 기조를 완화했습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전월 대비 약 50% 증가한 하루 150만 배럴을 기록했습니다. Kjob
생각해보십시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서방은 수년에 걸쳐 촘촘한 제재망을 쌓았습니다. 러시아 원유를 달러로 사지 말라고, 인도를 압박하고 유럽을 설득하고 금융망을 차단했습니다. 그 수년간의 공든 탑을 미국 대통령 본인이 직접 허물었습니다. 자국 물가 때문에.
이것이 아이러니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원유 세탁 루트도 건재했습니다. 이란 원유 수출의 약 80%가 중국으로 향하지만, 중국 공식 통계에 이란산 수입 원유는 0으로 기록됩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경유하며 원산지를 세탁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Daum 달러 결제망인 SWIFT를 쓰지 않으니 미국이 추적할 방법이 없습니다. 파이프를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파이프가 땅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세 번의 역전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러시아가 살아났고, 위안화가 전진했으며, 미국이 스스로 무기를 내려놨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혼란의 청구서가 날아간 곳이 있습니다.
청구서는 엉뚱한 곳으로 날아왔다
설계자 미국도, 표적 중국도, 반사 수혜자 러시아도 아닌 나라입니다.
한국입니다.

이유는 하나의 숫자에 있습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Namu Wiki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입니다. 중국은 약 13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로 최대 7개월을 버팁니다. Kjob 러시아는 원유를 팝니다. 한국은 살 곳이 막혔습니다.
정부는 “비축유 208일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실제 하루 석유 소비량 280만 배럴에 대입하면 가용 기간은 약 68일에 불과합니다. Careyounews
208일과 68일. 이 140일의 간극이 한국 에너지 안보의 실제입니다.
돈으로 얼마입니까.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오르면 한국의 연간 에너지 비용이 약 10조 원 증가합니다. 50달러까지 오르면 25조 원대입니다. Won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GDP 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767억 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이 숫자들이 실제로 어디서 보이는지 아십니까.
편의점 매대에서 종량제 봉투가 사라졌습니다. 인슐린 주사기를 매일 맞아야 하는 당뇨 시니어들이 약국마다 전화를 돌려야 했습니다. Careyounews
경로를 추적해봅니다. 이란 원유 차단 → 나프타 공급 감소 → 나프타 가격 급등 → 비닐 원료비 상승 → 종량제 봉투 소멸. 호르무즈에서 서울 편의점 매대까지, 이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7.8포인트 하락한 99.2였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큰 낙폭입니다. Econmingle
계엄 다음으로 소비 심리를 꺾은 게 지구 반대편의 전쟁입니다. 이것이 한국 경제 구조의 민낯입니다.
마치며 — 전쟁도 결국 돈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전쟁이 어디서 끝날지, 저도 모릅니다. 페트로달러 체제가 언제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된 숫자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미국은 중국의 달러 패권 무력화 실험을 전쟁으로 끝내려 했습니다. 러시아 원유가 그 공백을 채웠습니다. 위안화 결제 거래액은 사상 최대를 찍었습니다. 미국은 스스로 러시아 제재를 풀었습니다.
돈의 흐름은 설계자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흐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한국이, 가장 먼저 청구서를 받았습니다.
한국은 이 게임의 플레이어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포켓이었습니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지금 당신의 주유소 영수증, 관리비 고지서를 한 번 확인해보십시오. 거기 적힌 숫자 뒤에 이 모든 돈의 구조가 녹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전쟁이 끝난 이후, 중국이 이란을 어떻게 더 싸게 더 독점적으로 장악하게 되는지를 다룹니다. 페트로달러 체제가 서서히 무너지는 구조도 함께 추적합니다. 전쟁의 진짜 수혜자는 끝나고 나서 판가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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