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잃어버린 30년 끝났다는데, 진짜 회복일까 수액일까


잃어버린 30년이 끝났다고?

숫자 세 개를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38,957.

7,603.

40,109.

1989년 12월 29일. 그해의 마지막 거래일, 도쿄 증권거래소의 닛케이225 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38,957포인트. 그날 일본은 명실상부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었습니다. 경제학자 프랭클린 앨런(Franklin Allen)은 2001년 논문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당시 도쿄 황궁 부지 수백 에이커의 땅값이 캐나다 전체 혹은 캘리포니아 전체의 땅값과 맞먹었다는 사실을 표준적인 자산가격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IMF는 2015년 보고서(WP/15/27)에서 이 문장을 버블 광기의 대표 사례로 재인용했습니다. 더 넓게 보면 당시 일본 부동산 시장 전체의 가치는 미국 전체 부동산 가치의 4배에 달했습니다. 국토 면적은 미국의 25분의 1인 나라가.

그리고 14년이 흘렀습니다.

2003년 4월, 닛케이는 7,603포인트였습니다. 고점 대비 80% 붕괴. 주식만이 아니었습니다. 부동산도, 은행도, 기업도, 사람도 — 일본의 모든 것이 함께 무너졌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나중에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회복이 없었습니다. 2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잃어버린 30년.”

그런데 2024년 2월, 세 번째 숫자가 나타났습니다.

닛케이 40,109. 34년 만에 버블의 고점을 돌파했습니다. 언론은 일제히 “일본이 돌아왔다”고 썼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이 끝났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뉴스를 보며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환자가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그게 본인 힘인가요, 수액 덕인가요?

그리고 더 불편한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지금 그 수액을 끊기 시작했다면 —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989년 12월 29일, 세계 1위 경제대국의 마지막 날

1989년 도쿄의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는 매물 리스트가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붙여봤자 의미가 없었습니다. 매물이 나오는 순간 사라졌으니까요. 도쿄 긴자 지구의 최고급 사무용지는 당시 보도 기준 1㎡당 약 150만 달러(한화 약 20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일본 부동산 시장 전체는 미국 전체 부동산 가치의 4배에 달했습니다. 국토 면적은 25분의 1인 나라가.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80년 6,000포인트였던 닛케이가 10년 만에 38,957포인트까지 치솟았습니다. 6배 이상. 지금으로 치면 코스피가 10년 만에 3만 포인트를 찍은 것과 같습니다.

당시 일본 직장인들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주식을 사지 않으면 바보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재테크(財テク)’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재무 테크놀로지의 줄임말, 쉽게 말하면 투자로 돈을 불리는 행위입니다. 평범한 회사원도, 주부도, 농부도 주식과 부동산에 뛰어들었습니다. 은행은 빌려달라는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 아니라 빌려주고 싶어도 줄을 서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뒤에는 한 가지 공통된 전제가 깔려 있었습니다.

“오르는 것은 계속 오른다.”

이 전제가 깨지는 데는 단 하나의 사건으로 충분했습니다.

1989년 12월,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2.5%였던 기준금리는 1990년 8월까지 6%로 급격히 인상됐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너무 많이 올랐으니 식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식힌 게 아니었습니다. 얼려버렸습니다.

1990년 1월, 닛케이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조정이라고들 했습니다. 그러다 부동산도 흔들렸습니다. 1991년이 되자 아무도 조정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버블이 꺼지고 있었습니다.


왜 30년이 걸렸나 — 좀비경제 해부

버블이 꺼지는 것 자체는 경제에서 드문 일이 아닙니다. 역사상 수십 번 있었고, 대부분 5년에서 10년 안에 회복됐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왜 30년이 걸렸을까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 모두 사람이 만든 문제였습니다.

첫 번째 — 은행이 시체를 숨겼습니다.

버블이 꺼지면서 기업들이 줄줄이 부실해졌습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이 기업들은 도산하고, 자원이 재배분되고, 새로운 기업이 그 자리를 채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은행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기업이 도산하면 은행이 빌려준 돈을 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은행의 재무제표가 나빠지고, 은행도 위기에 빠집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부실기업에 계속 돈을 빌려줬습니다. 이자 낼 돈을 또 빌려주는 방식으로. 살아있는 척 유지시키면서.

경제학자들은 이런 기업을 좀비기업(Zombie Company) 이라고 부릅니다. 사실상 죽었지만 겉으로는 살아있는 기업. 1990년대 일본에는 이 좀비기업이 수만 개였습니다. 이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버티면서, 건강한 신생 기업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습니다. 인력도, 자금도, 공간도 좀비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 디플레이션이라는 함정에 빠졌습니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현상입니다. 언뜻 들으면 좋은 것 같습니다. 물건이 싸지니까요. 그런데 경제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이유를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물가가 내려갈 것 같으면 사람들은 지금 사지 않고 기다립니다. 내일 더 싸질 테니까요. 기업은 물건이 안 팔리니 생산을 줄입니다. 직원을 줄입니다. 월급이 줄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더 소비를 줄입니다. 그러면 물가는 또 내려갑니다. 이 악순환을 디플레이션 스파이럴이라고 합니다. 한번 빠지면 스스로 빠져나오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 함정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거의 30년 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세 번째 — 한 세대 전체가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가장 인간적인 비극입니다.

1993년부터 2005년 사이에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은 취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대부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를 일본에서는 취업빙하기(就職氷河期) 라고 부릅니다.

일본 내각부(內閣府)의 공식 정의에 따르면 이 세대는 약 1,700만 명 이상입니다. 2025년 NHK 보도 역시 “취업빙하기 세대는 현재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걸쳐 전국에 1,700만 명 이상 존재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한 사람의 이야기로 대신하겠습니다.

2000년 봄, 도쿄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스물두 살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50군데 넘게 입사 지원서를 냈습니다. 돌아온 것은 불합격 통지 47장이었습니다. 나머지 3곳은 면접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임시직이었지만 다음 해에는 정규직 자리가 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도. 그 다다음 해에도.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비자발적으로 비정규직에 머문 취업빙하기 세대는 최소 50만 명, 일하기를 원하지만 구직 자체를 포기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정부 지원 대상만 약 100만 명에 달합니다.

20대 때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일본 사회 구조상 30대, 40대가 돼도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2020년대가 된 지금, 이들은 40~50대가 됐습니다. 저축도 없고, 연금도 부족하고, 결혼도 못 한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이들을 지원 정책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잃어버린 20~30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30년이 걸린 이유는 경제 지표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정책 실패가 한 세대의 인생을 통째로 삼켜버렸기 때문입니다.


30년간 풀린 돈은 어디로 갔나 — 엔캐리트레이드의 실체

2016년, 일본은행은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준금리를 마이너스(-0.1%) 로 낮춘 것입니다.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상황.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겁니다. 이미 제로금리였는데 거기서 더 내려갔습니다.

일본은행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금리를 낮추면 → 기업들이 돈을 빌려 투자하고 → 일자리가 늘고 → 임금이 오르고 → 소비가 늘고 →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일본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엔캐리트레이드(Yen Carry Trade) 를 이해해야 합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금리가 거의 0%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립니다. → 그 돈을 금리가 높은 나라(미국, 호주, 신흥국)의 자산에 투자합니다. → 이자 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법니다. → 나중에 엔화로 바꿔 갚습니다.

일본에서 0%로 100억 엔을 빌려 미국 국채(연 4~5% 수익)에 투자하면, 아무 위험 없이 연 4~5%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BIS(국제결제은행) 2024년 9월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8월 충격 직전 기준 협의의 엔캐리트레이드 잔액은 약 2,500억~5,000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에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외화 자산까지 광의로 포함하면 약 1조 3,000억~1조 7,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워런 버핏은 이 흐름을 일찍 읽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2024년 연간 주주서한에서 그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일본 5대 상사주(이토추,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매수를 2019년 7월 4일에 시작했다. 취득 원가는 138억 달러였고, 2024년 말 시장가치는 235억 달러다.” 그는 심지어 엔화 채권 1조 3,000억 엔을 발행해 투자 비용을 조달했습니다. 제로금리의 나라에서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 투자한 것입니다. 버핏은 “버크셔는 미국 기업 중 엔화 표시 채무가 가장 많은 회사일 것”이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일본의 평범한 직장인 전형, 다나카 씨(田中氏)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는 30년 동안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그의 월급은 1990년대와 거의 같았습니다. 일본의 실질임금은 30년간 사실상 제자리였으니까요. 반면 같은 30년 동안 엔캐리트레이드를 활용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본의 제로금리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다나카 씨의 나라에서 만들어진 돈이 다나카 씨에게 오지 않고 뉴욕과 런던의 펀드매니저들에게 갔습니다.

그리고 2024년 7월, 이 구조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0.25%로 올렸습니다. 작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엔캐리트레이드 투자자들에게는 비상벨이었습니다. 동시에 미국에서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됐습니다. 예상치 17만 5,000명을 크게 밑도는 11만 4,000명. 미국 경기침체 공포가 퍼졌습니다. 엔화 강세 + 미국 약세. 엔캐리 투자자들에게는 최악의 조합이었습니다.

2024년 8월 5일 월요일 오전.

도쿄 증권거래소 트레이딩룸에 매도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서킷브레이커(급격한 주가 하락 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장치)가 여러 차례 발동됐습니다. 그날 닛케이는 4,451포인트, -12.4% 폭락했습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역대 두 번째 낙폭이자 역대 최대 포인트 하락이었습니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코스피는 같은 날 -8.77% 급락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었습니다. 일본발 수액이 흔들리자 한국 시장도 함께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 일본 경제 회복의 뒤에는 또 하나의 조용한 수액이 있었습니다.

전쟁이었습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이 뒤흔들렸습니다.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를 끊으면서 LNG(액화천연가스·바다로 운반 가능한 형태로 냉각한 천연가스) 수요가 폭발했는데, 일본은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자 동시에 LNG 중개 거래 강국이었습니다. 에너지 가격 급등 속에서 일본 에너지 기업들은 조용히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6년.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2026년 4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이란 전쟁발 에너지 가격 상승을 공식 변수로 언급했습니다. 중동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글로벌 자금은 안전한 곳을 찾습니다. 역사적으로 엔화는 위기 때마다 강세를 보이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지정학 리스크가 커질수록 엔화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일본의 회복 뒤에는 자국 경제의 체력만이 아니라 — 전쟁이 만든 반사이익도 섞여 있었습니다.


17년 만의 금리 인상 — 수액을 끊기 시작했다

2024년 3월 19일, 일본은행 총재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가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켰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합니다.”

17년 만이었습니다. 이후 금리는 단계적으로 올라갔습니다. 2024년 7월 0.25%, 2025년 1월 0.5%, 그리고 2025년 12월 0.75% — 1995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2026년 4월 회의에서 BOJ는 0.75%를 동결했지만 찬반이 6대 3으로 갈렸습니다. 반대한 3명은 즉각 1.0%로 인상을 주장했습니다. 수액을 완전히 끊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언론은 이것을 “일본의 정상화”라고 불렀습니다. 30년의 비정상이 끝나고 드디어 정상적인 경제로 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오히려 긴장했습니다.

임금은 올랐지만 실질임금은 달랐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춘투(봄 임금협상)에서 일본 기업들은 평균 5.28% 임금을 올렸습니다. 3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이었습니다. 뉴스는 이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그보다 높았습니다. 명목임금(통장에 찍히는 숫자)은 올랐지만, 실질임금(실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2024년 상반기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다나카 씨의 월급은 올랐습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물론 반론이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 — 내 돈 100원으로 얼마를 버는지 보여주는 지표)는 구조적으로 개선됐고, 도쿄증권거래소의 저평가 기업 개선 압박은 진짜 변화입니다. 2024~2025년의 임금 인상 흐름도 30년 만에 처음 보는 방향입니다. 저 역시 이것이 의미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질문은 하나입니다. 실질임금이 아직 마이너스라면 — 체력이 붙은 것인가, 수액의 농도만 바뀐 것인가.

그렇다면 이게 한국과 무슨 상관인가요.

직접적인 상관이 있습니다.

엔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될 때 투자자들은 해외 자산을 팝니다. 한국 주식과 채권도 포함입니다. 2024년 8월 5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8.77%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BOJ가 금리를 추가로 올릴 때마다 이 충격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엔화 강세는 한국 수출 기업에 직접적인 압박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니, 도요타와 경쟁합니다. 지난 몇 년간 엔화가 약할 때 일본 기업들은 가격을 낮춰 한국 기업을 압박했습니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면 그 압박이 줄어드는 한편, 원화 환율에도 연쇄 영향이 옵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0%를 넘습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습니다. 일본발 금융 충격이 한국 금리에 영향을 주면, 이 빚의 이자가 올라갑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불편한 숫자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현재 0.7명대입니다. 일본이 인구 절벽을 처음 심각하게 인식한 1990년대 초,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5명이었습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20년 빠른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취업빙하기 세대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는 이유입니다.


수액이 끊겼을 때, 환자는 혼자 설 수 있는가

저는 일본 경제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여전히 잃어버린 30년 안에 있다고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정확히는 이렇습니다.

수액의 종류가 바뀌고 있습니다.

제로금리라는 수액이 끊기기 시작했고, 기업 거버넌스 개혁과 임금 인상이라는 새로운 수액이 그 자리를 채우려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란 전쟁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또 다른 수액을 꽂았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BOJ의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고, 중동 리스크 회피 자금이 엔화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BOJ 통화정책 회의에서 우에다 총재는 “실질금리는 여전히 극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액을 완전히 끊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 흐름이 어디로 갈지, 솔직히 저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압니다.

30년은 너무 길었습니다. 취업빙하기 세대 1,700만 명의 청춘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40대가 된 그 청년의 20대는 메워지지 않습니다. 경제 지표가 회복돼도 사람의 인생은 지표대로 복구되지 않습니다.

지금 일본 ETF나 엔화 자산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한 가지만 먼저 확인하십시오.

수액이 교체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수액 없이 설 수 있는 체력이 생겼는지, 아직 생기는 중인지를 먼저 보십시오.

BOJ가 금리를 올릴 때마다 엔캐리 청산 압력은 다시 커집니다. 2024년 8월 5일은 예고편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 충격이 다시 올 때 한국 시장은, 그리고 여러분의 자산은 어느 쪽에 있을지 미리 생각해 두십시오.

다음 편에서는 BOJ 금리 인상이 한국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직접 경로를 추적합니다. 일본이 먼저 걸어간 길이 한국에 어떤 속도로 오고 있는지, 숫자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출처

  1. Franklin Allen, “Comparing Financial Systems” (2001) — 원문 링크
  2. IMF Working Paper WP/15/27, “Asset Bubbles: Re-thinking Policy for the Age of Asset Management” (2015) — 원문 링크
  3. 일본 내각관방 취업빙하기 세대 지원 페이지 — 원문 링크
  4. 일본 후생노동성, 취업빙하기 세대 지원 정책 — 원문 링크
  5. BIS Quarterly Review, September 2024 — 원문 링크
  6. Berkshire Hathaway 2024 Annual Letter — 원문 링크
  7. 일본은행(BOJ) 2024년 3월 19일 금리 결정 성명 — 원문 링크
  8. 일본은행(BOJ) 2024년 7월 31일 금리 결정 성명 — 원문 링크
  9. Reuters, “Japan’s Nikkei tumbles 12%” (2024.08.05) — 원문 링크
  10. 일본 후생노동성 춘투 임금 인상률 — 원문 링크
  11.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 원문 링크
  12. 통계청 합계출산율 — 원문 링크
  13. 일본은행(BOJ) 2026년 4월 통화정책 회의 — 원문 링크

※ 이 글에 등장하는 ‘다나카 씨’와 ‘2000년 도쿄 대졸 청년’은 특정 실존 인물이 아니라 취업빙하기 세대의 전형적 사례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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